법률사무소 다룸 다룸의 법률 스토리

회사가 시켜 내 이름으로 한 분양계약, 중도금대출 채무는 누가 지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원칙은 "서명한 사람이 갚는다"이고, 예외는 "금융기관까지 한통속이었음이 적극적으로 입증된 경우"입니다. 예외는 좁고, 그 문을 여는 열쇠는 직원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좁은 문이 실제로 열린 사건이 있고, 같은 유형에서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정반대로 갈린 사건도 있습니다. 갈린 자리는 회사의 악의가 아니라 자료였습니다. 이 글은 그 자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다투어야 하는지를 정리한 글입니다.

이 글의 핵심 쟁점 5가지

  1. 통정허위표시는 입증책임이 핵심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금융기관과의 통정을 입증해야 합니다
  2. 원칙은 유효, 예외는 매우 좁음 금융기관의 양해가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무효 여지가 생깁니다
  3. 진의는 마음속 소망이 아닙니다 하기 싫었어도 서명했다면 법적으로는 진의로 봅니다
  4. 분양계약과 대출채무는 별개 분양계약이 무효여도 중도금대출 채무는 자동소멸하지 않습니다
  5. 갈림의 핵심은 금융기관의 인식 회사의 악의가 아니라 금융기관이 어디까지 알았는지가 관건입니다

1. 민법 제108조는 두 문장뿐입니다

이 분쟁의 중심 조문은 민법 제108조입니다. 조문 전체가 두 문장입니다.

민법 제108조(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 ①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
  •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두 문장이 전부인데, 이 조문 하나로 수억 원의 귀속이 갈립니다. 핵심은 ‘통정’이라는 두 글자입니다.

성립 요건은 네 가지입니다. ①②③ 의사표시가 있고,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으며, 표의자가 그 불일치를 알고 있을 것. ④ 상대방과의 통정, 즉 합의가 있을 것.

여기서 ④가 결정적입니다. 상대방이 "이 사람은 진심이 아니구나" 하고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점에 관하여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통정 유무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무효를 주장하는 사람이 집니다.

즉 회사에 떠밀려 서명한 직원이 금융기관과 회사 사이의 양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방어논리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이유입니다.

2. 원칙은 유효입니다 — 판례가 그 결론을 판시사항 첫머리에 박아 두었습니다

이 유형에서 확인되는 대법원 판결은 다섯 건이고, 그중 네 건이 무효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남은 한 건이 "무효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파기환송한 사건입니다.

원칙의 방향은 판시사항의 괄호 표기만 봐도 드러납니다.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 법률행위인지 여부(유효)’, ‘(=원칙적 유효) 및 무효로 보기 위한 요건’, ‘통정허위표시인지 여부(원칙적 소극)’.

법리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제3자가 대출 관련 서류에 주채무자나 연대보증인으로 직접 서명·날인했다면, 그는 자신이 그 계약의 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표시한 것입니다. 여신제한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더라도, 원리금을 타인이 갚기로 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경제적 효과를 남에게 넘기려는 의사일 뿐입니다. 법률상의 효과까지 넘기려는 의사로는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특별한 사정’은 어떻게 인정됩니까. 대법원은 여덟 가지를 열거한 뒤 마지막 요구를 붙였습니다.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실제 차주와 명의대여자의 이해관계의 일치 여부, 대출금의 실제 지급 여부 및 직접 수령자, 대출서류 작성과정에 있어서 명의대여자의 관여 정도, 대출의 실행이 명의대여자의 신용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혹은 실제 차주의 담보제공이 있었는지 여부, 명의대여자에 대한 신용조사의 실시 여부 및 조사의 정도, 대출원리금의 연체에 따라 명의대여자에게 채무이행의 독촉이 있었는지 여부 및 그 독촉 시점 기타 명의대여의 경위와 명의대여자의 직업, 신분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금융기관이 명의대여자와 사이에 당해 대출에 따르는 법률상의 효과까지 실제 차주에게 귀속시키고 명의대여자에게는 그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약정 내지 양해하였음이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7772, 7789 판결)

요건 문언이 전부 금융기관을 향해 있습니다. 직원이 얼마나 억울했는지, 회사가 얼마나 강압적이었는지는 그 자체로는 요건이 아닙니다.

3. 법에서 말하는 ‘진의’는 마음속 소망이 아닙니다

"나는 진짜로 그 집을 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진심이 아니었다." 이 주장은 민법 제107조(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이어지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진의’는 ‘마음속으로 진정 바라던 것’이 아니라 ‘그런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려던 생각’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비록 피고가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채무 부담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의 이 사건 대출약정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

하기 싫었지만 하기로 마음먹고 서명했다면, 그것은 법적으로 ‘진의’입니다. 이 개념 하나를 잘못 잡으면 주장 전체의 방향이 어긋납니다.

민법 제109조(착오)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갚아준다고 해서 서명했다"는 것은 동기일 뿐이고, 그 동기가 계약의 내용이 되어 있어야 취소할 수 있습니다.

4. 다투는 대상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 분양계약과 중도금대출은 별개입니다

이 글에서 가장 실무적인 대목입니다.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위 분양계약과 이 사건 대출계약은 계약당사자, 계약일자, 내용 및 목적이 상이한 서로 별개의 독립된 계약에 해당하므로 위 분양계약의 무효인 경우 이 사건 대출계약 역시 당연히 효력을 상실한다고 볼 수 없다."

분양계약이 무효가 되어도 중도금대출 채무는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 국면은 적용 법리 자체가 다릅니다.

첫째 국면 — ‘중도금대출 채무’를 다투는 경우. 여기에는 은행 대출 명의대여 사건들에서 형성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법원이 이 법리를 세운 것은 원래 여신한도 회피를 위한 대출 명의대여 사건들이었지만, 시공사 임직원의 자서분양 사안에도 같은 기준이 쓰였습니다. 유추가 아니라 직접 적용입니다.

둘째 국면 — ‘분양계약’ 자체를 다투는 경우. 여기에는 위 대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국면에 관하여 확인되는 대법원의 정면 판단은 무효를 부정했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포지션이 뒤집혀 있었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임직원 쪽이 "분양계약은 유효하다"고 주장했고, 회사 쪽이 "통정허위표시라 무효"라고 다투었습니다.

회사 내부문서에 ‘차명계약’이라고 적혀 있어도, 계약금을 회사 돈으로 냈어도, 실제로 살거나 투자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도 — 대법원은 그것만으로 분양계약이 통정허위표시라고 보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102070 판결)

그러므로 "직원 명의 분양계약은 통정허위표시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5. 같은 자서분양인데 결론이 갈렸습니다 — 갈린 자리는 여섯 개였습니다

무효 여지가 인정된 사건과 2025년에 직원들이 패소한 사건들을 나란히 놓으면 축이 선명해집니다.

표 1. 무효 여지를 인정한 사건과 직원 측 주장을 배척한 2025년 사건들 — 여섯 개의 축
축무효 여지를 인정한 사건직원 측 주장을 배척한 2025년 사건들
이자납입확약서사실관계에 나오지 않음직원들이 자필로 기명·날인해 금융기관에 교부
분양률299세대 중 6세대(2%) — 정상 분양이 불가능한 상황일부 건물은 분양률이 저조하지 않았음
대출금 흐름전액 시공사 계좌로 입금신탁 구조. 준공 시 소유권은 직원에게 귀속
임직원 비중291/299세대 = 97%전 물량이 임직원 자서는 아니었음
금융기관의 독촉준공·등기 후에도 명의인에게 직접 상환 요청을 하지 않음개별 수분양자들에게 이자 납부를 독촉
신용조사조회는 했으나 그것만으로 달리 보지 않음재직증명서·원천징수영수증·신용등급까지 심사
그림 1. 같은 자서분양인데 결론이 갈렸습니다 — 여섯 축의 좌우 대비
좌우 2열 대비 카드 — 왼쪽 ‘무효 여지를 인정한 사건’, 오른쪽 ‘직원 측 주장을 배척한 2025년 사건들’을 이자납입확약서·분양률·대출금 흐름·임직원 비중·금융기관의 독촉·신용조사 여섯 축으로 맞물려 비교한 도식

갈린 자리는 ‘회사가 나빴는가’가 아니었습니다. ‘금융기관이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눈감았는가’였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정확히 덧붙여야 합니다.

첫째, 무효 여지를 인정한 그 사건도 무효로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주문은 파기환송이고, 이유의 결론은 ‘무효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였습니다. 그리고 환송 후 사건은 판결이 아니라 화해권고결정으로 종결되었습니다.

둘째, 하급심의 결론은 양쪽 방향 모두로 뒤집혔습니다. 널리 인용되는 ‘인정 사례’ 중 두 건은 실제로는 1심에서 인정되었다가 항소심에서 취소되어 반대 결론으로 확정되었습니다. 한 건은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까지 갔습니다. 이 두 건은 성공 사례가 아니라 ‘법원끼리 결론이 갈린 사례’입니다. 성공담으로 소개하는 글이 있다면 그 글은 상소심 결과를 확인하지 않은 것입니다.

상소심 없이 확정된 인용례가 한 건 있기는 합니다. 다만 그 사건의 명의인은 약정서를 작성한 바가 없습니다. 도장과 신분증만 건넸습니다. 자서분양은 정의상 본인이 직접 씁니다. 원용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2025년 사건 중 한 건은 현재 항소심이 계속 중이며, 그 결과에 관하여는 어떤 예측도 하지 않겠습니다.

6. 다른 길들은 왜 대부분 막혀 있습니까

통정허위표시 외의 주장들도 실제 사건에서 제기되었고, 확인되는 범위에서는 대부분 배척되었습니다. 막힌 이유를 알아야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① ‘회사가 다 갚겠다’는 각서 — 면책적 채무인수 주장. 남이 내 빚을 넘겨받아 내가 완전히 빠져나오려면 채권자의 승낙이 필요합니다(민법 제454조). 승낙이 없으면 그 약정은 이행인수 등의 효력밖에 갖지 못하고, 채무자는 채무를 면하지 못합니다. 더 나아가 그런 각서는 재판에서 "본인이 채무자임을 전제한 문서"로 읽히기도 합니다.

②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 순서가 있습니다. 법원은 직원이 실제로 변제했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은 때에야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 주장·증명이 없으면 "손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됩니다.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점이 이른 것입니다.

③ 반사회질서 위반(민법 제103조)·‘사원판매’ 주장 — 배척. 불공정거래행위나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④ 금융업법상 동일인 대출한도 위반 주장 — 종속적입니다. "실질 차주는 회사"라는 전제가 무너지면 함께 무너집니다.

⑤ 상법 제24조(명의대여자의 책임)와의 혼동. 같은 ‘명의대여’라는 말을 쓰지만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민법 제108조의 명의대여는 자기 책임을 부정하려는 주장이고, 상법 제24조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규정입니다. 게다가 상법 제24조는 ‘영업 명의’를 빌려준 경우이지 개별 계약의 당사자 명의를 빌려준 경우가 아닙니다. 다만 뿌리는 이어집니다. 두 제도 모두 겉으로 드러난 외관을 믿은 상대방을 보호한다는 데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서명한 사람이 원칙적으로 책임을 집니다.

⑥ 그리고 판례가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잘라낸 사정들

  • 회사가 이자를 대신 냈다 → ‘명의대여대출 일반에 공통된 사정에 불과’
  • 경영진이 횡령·배임으로 처벌받았다 → 그 사람의 배임을 뒷받침할 뿐, 계약상 채무를 부정할 사유로는 부적절
  • 신용조사가 부실했다, 상환 독촉이 없었다 → 역시 ‘일반에 공통된 사정에 불과’
  • 회사가 권유·독려했고 거절하기 어려웠다 → 그 사정만으로 강압에 의한 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혼자 준비하면 이 목록에 해당하는 자료만 모으게 됩니다. 억울함의 크기와 법적 유의미성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7.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까

판례가 열거한 여덟 요소를 지금 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뒤집으면 다음 표가 됩니다.

표 2. 판례의 여덟 고려요소를 ‘지금 확인할 질문’으로 뒤집은 표
#판례 고려요소지금 확인해야 할 질문찾아야 할 자료
1실제 차주와 명의대여자의 이해관계 일치 여부나는 이 분양·대출로 한 푼이라도 이득을 본 것이 있는가. 수수료·인센티브·승진 약속을 받은 적이 있는가급여명세, 성과급 내역, 약속 관련 대화
2대출금의 실제 지급 여부 및 직접 수령자대출금이 내 계좌를 거쳤는가, 회사·시행사·신탁계좌로 곧장 갔는가대출 실행일 전후 계좌 거래내역 전부
3대출서류 작성과정에서의 관여 정도어디서, 누구 앞에서, 무엇을 직접 썼는가. 금융기관 직원이 그 자리에 있었는가서명 당일 사진·위치기록·이동수단, 동석자 명단
4대출이 명의인의 신용에 근거했는지, 실제 차주의 담보제공이 있었는지이 대출에 회사·시행사의 신탁이나 담보가 걸려 있었는가신탁원부, 우선수익자 지정 서류, 대출취급협약
5신용조사의 실시 여부 및 정도금융기관이 내 소득·재직을 실제로 확인했는가. 내 재직증명서는 어느 회사 명의로 나갔는가재직증명서·원천징수영수증 사본, 발급 요청 메일
6연체 후 독촉이 있었는지 및 그 시점연체된 뒤 회사에만 연락했는가, 나에게도 왔는가. 언제부터인가문자·우편·내용증명 전부(수신일자 포함)
7명의대여의 경위누가 시켰고 어떻게 말했는가. 거절하면 어떻게 된다고 했는가지시 메일·메신저·품의·회의록·동료 진술
8명의인의 직업·신분나는 그 회사의 어느 직급이었는가. 분양·자금 업무 담당이었는가재직 기간·직책 증빙
★(요건의 열쇠) 금융기관의 양해금융기관이 내가 실수요자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고 볼 정황이 있는가집단 자서 정황, 협약서, 담당자 발언, 계약금 영수증 미징구 사실

아홉 칸 중 몇 칸이 채워지는지에 따라 사건의 얼굴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가상의 사례로 대비해 보겠습니다. 아래 두 사람은 실재하지 않는 창작입니다.

표 3. 가상의 사례 — 같은 날 서명한 직원 A와 직원 B
항목직원 A같은 날 서명한 직원 B
임직원 물량 비중일부 물량만 직원 명의43호실 중 41호실이 직원 명의
대출금 흐름본인 계좌를 경유본인 계좌를 거치지 않고 시행사 계좌로 직행
독촉본인에게 연체 안내 수신2년간 본인에게 안내문 없음

같은 회사, 같은 날, 같은 버스였습니다. 그런데 판례가 보는 항목들은 다르게 채워집니다. 이것은 결과를 예측하는 표가 아니라, 결과를 말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이만큼 있다는 뜻입니다.

8. 시간이 만드는 제약들 — 세 가지가 동시에 흐릅니다

첫째,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입니다. 민법 제766조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규정합니다. 그런데 앞서 본 대로 법원은 변제했거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아야 손해가 현실화된다고 봅니다. 두 규율이 겹치는 지점에서 "언제 청구해야 하는가"가 그 자체로 판단을 요하는 문제가 됩니다. 기산점은 사안마다 다릅니다. 이 글의 숫자를 자신의 사건에 그대로 대입하지 마십시오.

둘째, 금융기관의 대출금채권에는 상사시효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상법 제64조는 상행위로 인한 채권에 5년의 소멸시효를 정하고, 실제로 관련 사건에서 이 항변이 다투어진 예가 있습니다. 다만 기산점(변제기, 기한이익 상실일, 채무승인 여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시효가 완성되었는지를 이 글에서 판단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셋째, 회사가 도산 절차에 들어가면 별도의 시간표가 생깁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회생채권자가 신고기간 안에 채권을 신고하도록 정합니다. 그리고 이 절차의 서류가 나중에 결정적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분양계약 사건에서 대법원이 "회사도 임직원을 수분양자로 볼 의사였다"고 본 근거 중 하나가 관리인이 회생채권자 목록에 그들을 채권자로 기재해 둔 사실이었습니다. 절차가 흐르는 동안 손을 놓고 있으면, 신고 기회를 놓칠 뿐 아니라 불리한 증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증거가 사라집니다. 예외 인정에 필요한 것은 거의 전부 ‘그 당시’의 정황 증거입니다. 담당자의 통화 내용, 모델하우스에 금융기관 직원이 나와 있었다는 사실, 재직증명서가 실제 근무처와 다르게 발급된 사실, 회사 내부문건의 ‘차명계약’ 기재, 대출금이 회사 계좌로 직행한 거래내역. 보존기간이 지나면 없어지고, 퇴사하면 흩어지고, 서버를 정리하면 접근할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은 결과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자료의 성질에 관한 사실입니다.

다룸의 조언

첫째, 아직 서명 전이라면 서명하지 마십시오. 확인되는 판결 어디에서도 "서명했지만 책임 없다"가 쉽게 인정된 적이 없습니다. 특히 이자납입확약서는 2025년 판결들에서 직원 패소의 1순위 근거로 쓰인 문서입니다. "이 대출 이자는 제가 냅니다"라는 한 장이 "본인이 채무자임을 명시적으로 표시했다"는 인정으로 직결됩니다.

둘째, 이미 서명하셨다면 다투는 대상부터 특정하십시오. 분양계약을 다투는 것과 중도금대출 채무를 다투는 것은 적용 법리도, 상대방도, 확보해야 할 자료도 다릅니다. 통상의 형태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입니다.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은 순서를 건너뛰면 내용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기각됩니다. ‘직원분양’이라는 이유로 분양보증 환급이 거절된 사례도 있습니다. 또 다른 전선입니다.

셋째, 위 7번 표의 아홉 칸을 채우는 일을 지금 시작하십시오. 저는 결과를 약속드리지 않습니다. 다만 이 사건이 법원끼리도 결론이 갈린 영역이라는 점, 갈린 자리가 언제나 자료였다는 점은 확인된 사실입니다.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다툴 수 있는 사안인지, 무엇부터 확보해야 하는지는 지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군은 건설·분양 사업구조(시공사–시행사–신탁사–대주단)와 금융기관 여신 실무, 민사소송이 한꺼번에 겹치는 영역입니다. 자금이 어떤 경로로 흘렀는지를 읽을 수 있어야 비로소 쟁점이 보입니다. 상담 시 계좌 거래내역, 회사의 지시 기록, 금융기관에서 받은 안내문 일체를 함께 가져오시면 첫 판단이 훨씬 빨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가 시켜서 억지로 서명했는데도 제가 갚아야 합니까?

A.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법원은 대출서류에 직접 서명·날인했다면 자신이 채무자임을 표시한 것으로 봅니다. 회사의 권유·독려가 있었고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사정만으로는 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2025년 하급심의 판단입니다. 법원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Q. 그러면 무효가 되는 경우는 아예 없습니까?

A.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좁습니다. 금융기관까지 "이 사람에게는 책임을 지우지 않기로" 양해했다는 점이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 입증책임은 무효를 주장하는 쪽, 즉 명의를 빌려준 직원에게 있습니다. 대법원이 무효로 볼 여지를 인정한 사건에서도 결정적 근거는 금융기관 쪽 사정이었습니다.

Q. 회사가 "우리가 다 갚아준다"는 각서를 써 줬습니다. 그거면 되지 않습니까?

A. 되지 않습니다. 남이 내 빚을 넘겨받아 내가 빠지려면 채권자의 승낙이 필요합니다(민법 제454조). 승낙이 없으면 그 각서는 회사와 나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을 뿐, 은행·금고에 대해서는 내가 그대로 채무자입니다. 더 나아가 그런 각서는 재판에서 "내가 채무자라는 것을 전제한 문서"로 읽히기도 합니다.

Q. 분양계약이 무효가 되면 중도금대출도 같이 사라집니까?

A. 아닙니다. 법원은 두 계약을 당사자도 날짜도 내용도 목적도 다른 별개의 독립된 계약으로 봅니다. 분양계약이 무효여도 대출계약이 당연히 효력을 잃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무효라고 주장할지부터 정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