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전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 학교폭력 조치는 어디까지 다툴 수 있나요?
학교폭력 사안에서 가해학생 측이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이미 결정된 일이니 받아들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른 조치는 형벌이 아니라 교육장이 하는 행정처분이고, 법률은 그 조치에 이의가 있는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에게 행정심판(제17조의2 제2항)과 행정소송(제17조의3 제2항)을 청구·제기할 수 있다고 명문으로 정해 두었으며 집행정지에 관한 조문(제17조의4)까지 두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방법원에서도 전학으로 변경된 조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되어 그대로 확정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만 오해가 없도록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사건의 바탕에 있는 행위는 성적인 촬영물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다른 학생들에게 공유된 것으로, 그 자체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중대한 행위입니다. 이런 판결은 행위의 잘잘못을 뒤집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그 행위가 문제였는가"가 아니라 "그 사안에서 전학이라는 특정한 수단이 달성하려는 목적에 비해 지나쳤는가"뿐이고, 형사·소년보호 절차는 학교폭력 절차와 별개로 진행되어 그쪽에서 책임을 묻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치가 결정되는 절차, 제1호부터 제9호까지의 조치와 그 무게, 조치가 오히려 무거워지는 경로, 무엇을 대상으로 누구를 상대로 다투는지,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지나쳤다"고 보는지, 그리고 형사·소년보호 절차가 어떻게 별도로 진행되는지를 조문과 판결문으로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의 핵심 쟁점 5가지
- 조치 결정권자는 학교가 아닌 교육장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 요청을 거쳐 교육장이 처분합니다
- 중학생에겐 전학이 사실상 최고수위 퇴학이 불가하므로 전학이 가장 무거운 조치가 됩니다
- 전학은 조기삭제 대상이 아님 졸업 후 4년까지 학교생활기록부에 남습니다
- 피해학생측 행정심판으로 가중 가능 가해학생은 불이익변경금지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 재량권 일탈여부는 종합적으로 판단 심각성·지속성·고의성·반성·화해 정도 등을 함께 봅니다
학교폭력 조치는 누가, 어떤 절차로 결정하나요
먼저 널리 퍼져 있는 오해 하나를 정리하겠습니다. 학교폭력 조치는 학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2019. 8. 20. 법 개정으로 학교마다 두던 자치위원회가 폐지되고, 심의 기구가 교육지원청으로 옮겨졌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 제12조 제1항은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 교육지원청(교육지원청이 없는 경우 해당 시·도 조례로 정하는 기관으로 한다) (…)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라 한다)를 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10명 이상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관할 구역 내 학교에 소속된 학생의 학부모로 위촉하여야 합니다(제13조 제1항).
그리고 심의위원회는 조치를 "요청"할 뿐이고, 실제로 처분을 하는 주체는 교육장입니다. 제17조 제1항은 심의위원회가 각 호의 조치를 "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9항은 "제1항에 따른 요청이 있는 때에는 교육장은 14일 이내에 해당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이 조치를 다툴 때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여기에서 갈립니다. 학교가 아니라 교육장이 한 처분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안이 심의위원회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 제13조의2 제1항은 네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하여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심의위원회의 개최를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학교의 장이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네 가지는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되거나 복구 약속이 있는 경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그리고 신고·진술·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입니다.
절차 안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의견진술의 기회입니다. 제17조 제8항은 "심의위원회는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조치를 요청하기 전에 가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것은 배려나 관행이 아니라 법이 정한 절차이고, 뒤에서 보겠지만 조치의 무게를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자료가 들어가는 사실상 유일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한편 이 법이 가해학생 쪽 절차만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16조는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한 조치를 따로 규정하고 있고, 제16조의4 제1항은 촬영물이 정보통신망에 유포되는 유형에 관하여 "국가는 사이버폭력에 해당하는 촬영물, 영상물, 음성물, 복제물, 편집물, 합성물, 가공물, 개인정보, 허위사실 등(…)이 정보통신망에 유포되어 피해(…)를 입은 학생에 대하여 촬영물등의 삭제를 위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가해학생 측 사건만 맡는 사무소가 아닙니다. 피해학생 측에서도 조치가 지나치게 가볍다고 보아 다투거나(제17조의2 제1항, 제17조의3 제1항), 영상물 삭제 지원과 손해배상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국면이 있고, 이 글에서 설명하는 절차 구조는 그 반대편에서도 그대로 쓰입니다.
1단계 · 신고와 인지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하여야 하고(제20조 제1항),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17조 제4항)
2단계 · 학교 전담기구의 확인
학교의 장은 조치의 이행에 협조하고 발생 사실과 처리 결과를 교육감에게 보고하여야 한다(제19조). 긴급한 경우 학교의 장은 서면사과·학교봉사·특별교육·출석정지·학급교체를 우선 부과하고 심의위원회에 즉시 보고하여 추인을 받을 수 있다(제17조 제5항·제6항·제7항)
3단계 · 학교장 자체해결 여부 판단
진단서 미발급, 재산상 피해 없음 또는 즉각 복구, 지속성 없음, 보복행위 아님의 네 가지에 모두 해당하고 피해학생 및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으면 학교의 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제13조의2 제1항)
4단계 ·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 심의
학교가 아니라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심의위원회가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선도·징계 등을 심의한다(제12조·제13조). 조치를 요청하기 전에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제17조 제8항)
5단계 · 교육장의 조치
심의위원회의 요청이 있으면 교육장이 14일 이내에 조치를 한다(제17조 제9항). 처분을 하는 주체는 학교가 아니라 교육장이다(제17조 제1항)
※ 이 도식은 법률이 정한 일반적인 흐름을 정리한 것입니다. 사안의 내용과 긴급성에 따라 실제 진행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제1호부터 제9호까지 — 조치의 종류와 무게
제17조 제1항은 심의위원회가 교육장에게 요청할 수 있는 조치를 아홉 가지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제1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제2호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제3호 학교에서의 봉사, 제4호 사회봉사, 제5호 학내외 전문가·교육감이 정한 기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제6호 출석정지, 제7호 학급교체, 제8호 전학, 제9호 퇴학처분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정확히 보셔야 합니다.
첫째, 조치는 하나만 부과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17조 제1항은 각 호의 조치를 "수 개의 조치를 동시에 부과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괄호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병과 구조를 합헌으로 보았습니다. "이 사건 징계조치 조항에서 수개의 조치를 병과하고 출석정지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피해학생의 보호 및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고 (…) 가해학생의 학습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헌법재판소 2019. 4. 11. 선고 2017헌바140 전원재판부 결정). 그래서 실제 처분서에는 "접촉등 금지 + 출석정지 10일 + 특별교육 이수"처럼 여러 조치가 함께 적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중학생에게는 제9호 퇴학처분을 할 수 없습니다. 제17조 제1항 단서가 "다만,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가해학생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과정이므로, 중학생 사안에서는 처음부터 퇴학이 선택지가 아니고 제8호 전학이 사실상 가장 무거운 조치가 됩니다. 언론에 보도된 인천 사건이 중학생 사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학생이 받은 조치는 그 사안에서 법이 허용하는 가장 무거운 조치였던 셈입니다.
조치마다 겨냥하는 목적이 다르다는 점도 알아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은 이 아홉 가지를 성격에 따라 나누어 이해합니다. 최근 하급심 판결은 제1호 서면사과와 제2호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는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한 것이고, 제3호 학교에서의 봉사부터 제5호 특별교육이수·심리치료까지는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한 것이며, "'출석정지'(제6호), '학급교체'(제7호), '전학'(제8호), '퇴학처분'(제9호)은 가해학생과의 격리를 통하여 피해학생을 보호하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6. 5. 7. 선고 2025구합62157 판결. 이 판결은 1심이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구분은 뒤에서 볼 "분리가 이미 이루어졌다면 전학의 필요성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논점의 출발점이 됩니다.
| 호 | 조치 | 법원이 이해하는 주된 목적 |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삭제 |
|---|---|---|---|
| 제1호 |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 피해학생의 보호 | 졸업과 동시에 삭제(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2조 제2항).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같은 학교급에 재학하는 동안 다른 학교폭력사건으로 다시 조치를 받은 경우에 한하여 기재(제21조 제3항) |
| 제2호 |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 피해학생의 보호 | 좌동 |
| 제3호 | 학교에서의 봉사 |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 좌동 |
| 제4호 | 사회봉사 |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 졸업한 날부터 2년(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1호). 졸업 직전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음(같은 항 단서) |
| 제5호 | 학내외 전문가, 교육감이 정한 기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 좌동 |
| 제6호 | 출석정지 | 가해학생과의 격리를 통한 피해학생 보호 | 졸업한 날부터 4년(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2호). 졸업 직전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음(같은 항 단서) |
| 제7호 | 학급교체 | 가해학생과의 격리를 통한 피해학생 보호 | 좌동 |
| 제8호 | 전학 | 가해학생과의 격리를 통한 피해학생 보호 | 졸업한 날부터 4년(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2호). 조기삭제 심의 대상은 제4호부터 제7호까지이므로 전학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음 |
| 제9호 | 퇴학처분 | 가해학생과의 격리를 통한 피해학생 보호 |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음(법 제17조 제1항 단서). 이 글에서 인용한 시행규칙 제22조 제2항·제3항은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조치사항에 관하여 삭제 시기를 정하고 있음 |
※ '법원이 이해하는 주된 목적'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문언이 아니라,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참조하여 정리한 하급심 판결(수원지방법원 2025구합62157)의 설명을 옮긴 것입니다. 조치의 목적과 기록 보존은 사안과 개별 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왜 전학이 특별히 무거운 조치인가 — 학교생활기록부에 남는 기간
"출석정지 10일이 전학으로 바뀌었다"는 문장을 들으면 조치가 한 칸 올라간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조치의 이름만이 아닙니다. 기록이 남는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1조 제2항 제6호는 학교생활기록에 적어야 할 사항으로 "학교폭력 조치상황 관리"를 두고,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에 따른 조치사항이 있으면 그 내용을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규칙 제22조가 언제 지워지는지를 정합니다.
제22조 제2항은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조치사항을 "해당 학생의 졸업과 동시에 삭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3항은 제4호부터 제8호까지의 조치사항에 관하여 제4호·제5호는 졸업한 날부터 2년, 제6호부터 제8호까지는 졸업한 날부터 4년이 지난 후 지체 없이 삭제하도록 정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출석정지(제6호)와 전학(제8호)이 똑같이 4년으로 보입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같은 항의 단서에 있습니다. 단서는 "제4호부터 제7호까지의 조치사항은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학생이 졸업하기 직전에 (…)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해당 학생의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기삭제 심의의 대상이 제4호부터 제7호까지이고, 전학(제8호)은 그 범위 밖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출석정지나 학급교체는 반성과 개선의 정도에 따라 졸업과 동시에 기록에서 지워질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전학은 그 길이 없이 졸업 후 4년이 지나야 삭제됩니다. 상급학교 진학과 그 이후의 시기까지 기록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가해학생 측이 전학 조치를 끝까지 다투는 실질적인 이유이고, 실제 판결에서도 이 점이 판단 요소로 언급됩니다. 앞서 본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제17조 제1항에 열거된 조치 중 서면 사과(제1호),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제2호), 학교에서의 봉사(제3호)보다 무거운 조치를 받으면 졸업 후에도 기록에 남게 된다"고 하면서, 다만 그것은 조치에 부수하는 효과이므로 "전학조치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오로지 이와 같은 부수적 불이익의 부과 자체를 목적으로 조치결정을 한다는 것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한 목적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적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6. 5. 7. 선고 2025구합62157 판결. 다만 이 판결은 1심이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기록이 남는다는 점은 조치를 다툴 실익과도 연결됩니다. 대법원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비록 행정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고,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라고 판시하면서, 중학교를 졸업해 학생 신분을 잃고 서면사과 조치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될 여지도 없어진 사안에서 그 조치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두44191 판결). 조치의 무게에 따라 다툴 실익이 남아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판결이 전학에 관하여 소의 이익이 언제나 인정된다고 판시한 것은 아니므로, 이 부분은 사건마다 따로 살펴야 합니다.
박스 1. 출석정지(제6호)와 전학(제8호), 무엇이 다른가
- 삭제 시기는 같습니다 — 두 조치 모두 원칙적으로 졸업한 날부터 4년이 지난 후 학교생활기록에서 삭제됩니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2호)
- 조기삭제의 길이 다릅니다 — 같은 항 단서는 제4호부터 제7호까지의 조치사항에 대하여 졸업 직전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출석정지(제6호)와 학급교체(제7호)는 이 범위에 들어가지만, 전학(제8호)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 그래서 '한 단계 무거워진 것'이 아닙니다 — 출석정지가 전학으로 바뀌면 기록이 지워질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고, 상급학교 진학 이후까지 기록이 남습니다
- 중학생에게는 사실상 가장 무거운 조치입니다 —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에게 적용되지 않으므로(법 제17조 제1항 단서), 초·중학생 사안에서 전학은 법이 허용하는 가장 무거운 조치입니다
조치가 무거워지는 경로 — 피해학생의 행정심판
가해학생 측에서 가장 당황하는 국면이 여기입니다. 조치를 받아들이고 이미 이행까지 마쳤는데, 몇 달 뒤에 조치가 더 무거워졌다는 통지를 받는 경우입니다.
경로는 이렇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2 제1항은 교육장이 내린 조치에 이의가 있는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도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치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이유로 청구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행정심판법 제43조 제3항은 "위원회는 취소심판의 청구가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처분을 취소 또는 다른 처분으로 변경하거나 처분을 다른 처분으로 변경할 것을 피청구인에게 명한다"고 정합니다. 즉 행정심판위원회는 원래의 조치를 다른 조치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흔히 오해가 생깁니다. 행정심판법 제47조 제2항에 "위원회는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한 재결을 하지 못한다"는 불이익변경금지 규정이 있으니 처분이 무거워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문을 그대로 읽으시면 그 보호를 받는 사람은 "청구인"입니다. 피해학생 측이 청구인인 사건에서 가해학생은 청구인이 아니라 처분의 상대방인 제3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이 조항의 보호가 미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가해학생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조치가 무거워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법도 이 위험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2023. 10. 24. 개정으로 제17조의2 제3항이 신설되어, "행정심판위원회는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 및 피·가해학생의 소속 학교에 제2항에 따른 행정심판의 청구 사실을 통지하고 「행정심판법」 제20조에 따른 심판참가에 관한 사항을 문서로 안내하여야 한다"고 정하게 되었습니다. 행정심판이 청구되었다는 통지와 심판참가 안내를 받으셨다면, 그것은 참고 사항이 아니라 대응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심판참가를 하지 않으면 가해학생 측 자료와 주장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조치의 변경 여부가 결정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천 사건이 정확히 이 경로를 따랐습니다. 2025년 6월에 출석정지 10일과 특별교육 이수 등의 조치가 내려졌고, 피해학생 측이 조치를 강화해 달라는 취지로 행정심판을 청구해 2025년 12월에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조치를 전학으로 변경했으며, 가해학생이 2026년 1월에 소를 제기해 2026년 7월 24일 승소했고, 교육청 측이 항소하지 않아 2026년 8월 15일 확정되었습니다.
이 경과에서 함께 읽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건 발생부터 확정까지 약 1년 7개월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학교폭력 절차는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고 심의위원회의 요청과 교육장의 조치, 피해학생 측의 행정심판, 가해학생 측의 행정소송으로 단계가 이어지며, 각 단계마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사정은 그대로 멈춰 있지 않습니다.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쌓이기도 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협의가 이루어지기도 하며, 당사자들의 진학이나 이사, 전학으로 생활 자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다만 그 시간은 피해학생에게도 똑같이 흐릅니다. 절차가 길어지는 것 자체는 어느 쪽에도 이로운 일이 아니고, 특히 피해 회복을 기다리는 쪽에는 그 자체가 부담입니다.
중요한 것은 법원이 이런 변화를 판단에 넣는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처분서가 작성된 시점의 사정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심리 시점까지 나타난 사정을 함께 봅니다. 앞서 인용한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가해학생이 이사, 전학, 상급학교 진학 등으로 학교폭력 당시 재학 중이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고, 이로써 피해학생과의 분리가 완료되었다면, 피해학생 보호라는 목적은 일응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고, 가해학생에 대하여 전학조치를 취할 필요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 대하여 접근하거나 보복할 가능성이 있는 등 전학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같은 상황에서의 전학조치는 가해학생에게 학교폭력예방법상 목적 달성과는 무관한 '벌'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수원지방법원 2026. 5. 7. 선고 2025구합62157 판결. 1심이며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
다만 이것을 "시간을 끌면 유리해진다"는 뜻으로 읽으시면 안 됩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첫째, 사정변경은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반성의 정도, 재발방지를 위해 실제로 한 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분리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와 같은 사실이고, 그 사실이 쌓이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판단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둘째, 뒤에서 보겠지만 각 단계에는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기한이 붙어 있습니다. 아무 대응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정변경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다툴 자격 자체를 잃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 절차에서 시간이 의미를 갖는 것은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제때 했을 때뿐입니다. 덧붙여, 절차를 끌어 상대방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방식은 법원이 사정변경으로 보아 주는 사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시행령이 판단 요소로 정해 둔 반성의 정도와 화해의 정도에서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는 태도이고, 저희가 권해 드리는 방식도 아닙니다.
1단계 · 원처분
심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교육장이 조치를 한다(법 제17조 제1항·제9항). 예컨대 접촉등 금지, 출석정지, 특별교육 이수가 함께 부과된다
2단계 · 피해학생 측의 행정심판 청구
조치에 이의가 있는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행정심판을 청구한다(법 제17조의2 제1항). 행정심판위원회는 가해학생 측에 청구 사실을 통지하고 심판참가에 관한 사항을 문서로 안내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3항)
3단계 · 가해학생 측의 심판참가
통지를 받은 가해학생 측은 행정심판법 제20조에 따라 심판참가를 신청해 자료와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가해학생 측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심리가 진행된다
4단계 · 변경재결
행정심판위원회가 청구에 이유가 있다고 보면 처분을 다른 처분으로 변경할 수 있다(행정심판법 제43조 제3항). 불이익변경금지 규정(같은 법 제47조 제2항)이 보호하는 것은 '청구인'이므로, 피해학생이 청구인인 사건의 가해학생은 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
5단계 · 가해학생 측의 행정소송
재결로 처분이 가중된 경우 가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법 제17조의3 제2항). 필요하면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한다(법 제17조의4, 행정소송법 제23조). 제소기간은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이고 불변기간이다(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단서·제3항)
※ 이 도식은 조문에 나타난 절차의 뼈대를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어떤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와 그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대상으로, 누구를 상대로 다투나요
행정소송에서 무엇을 대상으로 삼고 누구를 피고로 하는지는 형식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과를 가르는 문제입니다.
원칙부터 보겠습니다. 행정소송법 제13조 제1항은 "취소소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처분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한다"고 정하고, 제19조 본문은 "취소소송은 처분등을 대상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학교폭력 조치를 다투는 경우라면 교육장이 한 원처분을 대상으로, 교육장을 피고로 삼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유형처럼 원처분은 가벼웠는데 재결에 의해 비로소 조치가 무거워진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행정소송법 제19조 단서는 "재결취소소송의 경우에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가해학생이 입게 된 새로운 불이익은 원처분이 아니라 재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런 경우에는 재결을 대상으로 하고 행정심판위원회를 피고로 삼아 다투게 됩니다. 언론 보도가 전한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이라는 표현도 이런 구조로 이해됩니다. 다만 인천 사건에서 소송물이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는 판결문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여기서는 일반론으로만 말씀드립니다.
이것이 형식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실제 사례가 보여 줍니다. 같은 학생이 원처분을 대상으로 낸 소송에서는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재결을 대상으로 낸 소송에서는 재결 중 조치가 가중된 부분이 취소된 예가 있습니다. 그 판결의 주문은 재결 전부가 아니라 "원고에 대한 학급교체 처분을 취소하고 전학처분으로 변경한 부분"만을 특정해 취소하는 형태였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4. 9. 26. 선고 2024구합64209 판결.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대상으로 다투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기간입니다.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은 "취소소송은 처분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단서에서 행정심판청구가 있은 때의 기간은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기산한다"고 정합니다. 제2항은 처분등이 있은 날부터 1년(제1항 단서의 경우는 재결이 있은 날부터 1년)이 지나면 제기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제3항은 제1항의 기간을 불변기간이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불변기간이라는 것은 법원이 늘려 주거나 줄여 줄 수 없는 기간이라는 뜻입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처분의 내용이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본안 판단을 받지 못합니다.
집행정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전학은 일단 집행되면 이미 다른 학교로 배정되어 다니게 되므로 나중에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4는 행정심판위원회와 법원이 행정심판법 제30조 또는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른 집행정지 결정을 하려는 경우의 절차를 따로 정하고 있는데, 제1항은 그 경우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피해학생 측이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 등은 예외입니다). 또 제3항은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 경우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학교의 장에게 가해학생과의 분리를 요청할 수 있고 학교의 장은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두 학생을 분리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집행정지는 가해학생 쪽 사정만으로 결정되는 절차가 아니라는 뜻이고, 신청 단계에서 이 점까지 감안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재판이 얼마나 걸리는지에 관한 조문도 있습니다. 제17조의5는 가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제기한 행정소송 사건의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소가 제기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60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법이 정한 목표 기간이고, 실제 사건이 이 기간 안에 끝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인천 사건만 보아도 2026년 1월에 제기되어 7월에 선고되었습니다.
박스 2. 놓치면 끝나는 기간 —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 제소기간은 90일입니다 — 취소소송은 처분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고,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에는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기산합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 바깥 한계도 있습니다 — 처분등이 있은 날(행정심판을 거친 경우에는 재결이 있은 날)부터 1년이 지나면 제기하지 못합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는 예외입니다(같은 조 제2항)
- 불변기간입니다 — 같은 조 제3항이 이를 불변기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사정을 보아 늘려 줄 수 있는 성질의 기간이 아닙니다
- 재결서를 받으면 그날부터 세십시오 — 무엇을 다툴지, 누구를 피고로 할지,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할지를 검토하는 데에도 시간이 듭니다. 재결서를 받은 뒤 상담까지 몇 주가 지나 있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지나쳤다'고 판단하나요
이 부분이 법리의 중심입니다.
출발점은 이 조치가 재량행위라는 점입니다. 확정된 하급심 판결은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 형식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교육장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를 할 것인지 여부는 교육장의 판단에 따른 재량행위에 속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는 학교폭력의 내용과 성질, 조치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수원지방법원 2021. 9. 9. 선고 2020구합66566 판결). 이 문장은 여러 하급심 판결에서 사실상 같은 형태로 반복되는 확립된 심사 기준입니다.
여기에 제재적 행정처분 일반에 관한 대법원의 기준이 겹칩니다. 대법원은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조치로 지키려는 공익과 학생이 입게 될 불이익을 저울에 올려 견주어 본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근거로 조치의 무게를 정하는지는 법령에 적혀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9조는 조치별 적용 기준을 정하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 가해학생 및 보호자와 피해학생 및 보호자 간의 화해의 정도,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하고, 세부 기준은 교육부장관이 고시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그 고시가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교육부고시 제2020-227호)이고, 제2조 제1항은 심의위원회가 위 요소들을 고려하여 별표에 따라 "가해학생별로 선도가능성이 높은 조치(수개의 조치를 병과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요청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흔히 "판정점수"라고 부르는 것이 이 별표의 구조입니다. 판결문에 인용된 범위에서 확인되는 것은, 기본판단요소가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과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 정도의 다섯 항목이고 각 항목마다 '없음'(0점)부터 '매우 높음'(4점)까지 점수를 매겨 합산한다는 것, 그리고 합계가 16점부터 20점까지이면 제8호 전학 또는 제9호 퇴학처분에 해당하고 합계 14점은 제7호 학급교체 기준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점수표대로 나온 조치는 언제나 적법할까요. 대법원의 답은 양쪽 모두를 향합니다.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고 (…) 위 처분기준에 적합하다 하여 곧바로 당해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위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위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기준에 맞는다는 것만으로 적법이 확정되지도 않지만, 반대로 법원이 함부로 뒤집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법원이 조치의 목적을 어떻게 보는지도 함께 알아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인용한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이나 피해학생의 보호 필요성 등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그 종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므로, 그와 같은 목적 달성에 유효·적절한 조치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가해학생에게 고통이나 불명예를 부과함으로써 응징하고 피해학생 측을 감정적으로 만족시키려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적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6. 5. 7. 선고 2025구합62157 판결). 대구고등법원도 같은 취지에서 "학교폭력예방법상의 각종 조치는 학교폭력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지는 한편, 인격적으로 완성되지 않아 개선의 여지가 많은 학생에게 적절한 훈육과 선도를 통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서 교육적 성격도 강하므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가해학생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재량권의 행사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에는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구고등법원 2024. 6. 28. 선고 2023누12898 판결).
| 구분 | 내용 | 근거 |
|---|---|---|
| 법령이 정한 고려 요소 | ① 가해학생이 행사한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②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③ 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 ④ 가해학생 및 보호자와 피해학생 및 보호자 간의 화해의 정도 ⑤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지 여부 |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9조 |
| 세부기준의 위임 | 심의위원회는 위 요소들을 고려하여 별표에 따라 가해학생별로 선도가능성이 높은 조치(수개의 조치를 병과하는 경우를 포함)를 교육장에게 요청 |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교육부고시 제2020-227호) 제2조 제1항 |
| 판정점수의 구조 | 기본판단요소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 정도의 5개 항목. 각 항목에 '없음'(0점)부터 '매우 높음'(4점)까지 점수를 매겨 합산(최대 20점) | 같은 고시 [별표] — 판결문에 인용된 범위에서 확인 |
| 전학·퇴학 구간 | 합계 16점부터 20점까지이면 제8호 전학 또는 제9호 퇴학처분에 해당 | 같은 [별표] — 대구고등법원 2023누12898 판결에 인용된 내용 |
| 학급교체 구간 | 합계 14점은 제7호 학급교체 기준에 해당 | 같은 [별표] — 수원지방법원 2020구합66566 판결에 인용된 내용 |
| 기준에 맞으면 적법한가 | 처분기준에 적합하다 하여 곧바로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해서도 안 됨 |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
| 최종 판단 방법 |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 | 같은 판결 |
※ 판정점수의 전체 구간 대응표는 이 글에서 확인한 판결문 인용 범위를 벗어나므로 싣지 않았습니다. 각 항목의 점수 부여와 최종 조치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전학 조치가 취소된 사례들
법원이 실제로 어떤 사안에서 전학이 지나쳤다고 보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확정된 판결이고, 세 번째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1심 판결입니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에 대한 성폭력 사안입니다. 2020년 5월 심의위원회가 접촉등 금지와 전학, 특별교육 이수를 의결해 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처분했고, 학생은 별도로 가정법원에서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았습니다. 학생이 처분 취소를 구한 소송에서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전학처분은 퇴학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이고 기존에 다니던 학교에서 교육받을 기회 및 기존의 학교에서 이루어 놓은 성과나 교우관계를 박탈하는 것으로 매우 가혹한 처분에 해당하며, 전학처분이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 당사자는 단기간에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칠 뿐 아니라 학교폭력으로 전학을 온 학생이라는 인식 때문에 새로운 교우들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위하여 전학처분이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그 사안에서는 "전학처분보다 경한 징계만으로도 원고에 대한 징계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판결이 사정변경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도 보실 만합니다. 법원은 "피해학생이 이미 원고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 전학을 간 것으로 보여 원고와 피해학생 간에 전학을 통한 분리의 필요성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없고, 본래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심의결과가 '학급교체'의 기준에 해당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에 대한 전학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으로 보인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 사건 처분 중 전학처분은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 및 교육 등의 공익 목적에 비하여 원고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1. 9. 9. 선고 2020구합66566 판결. 확정되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함께 보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판결은 전학처분만 취소했고,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와 특별교육 이수 조치는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처분 전부가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에서 전학만 취소되고 나머지 조치는 남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입니다.
두 번째는 고등법원 단계에서 확정된 사건입니다. 교육장이 접촉등 금지와 전학, 특별교육을 처분했는데, 가해학생은 처분 취소를 구하고 피해학생은 전학을 퇴학으로 변경해 달라는 취지로 각각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행정심판위원회가 피해학생의 청구를 받아들여 전학처분을 퇴학처분으로 변경하는 재결을 했습니다. 1심에서는 가해학생이 졌지만 항소심에서 재결이 취소되었습니다. 항소심은 전학조치만으로도 분리와 피해학생 보호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개전의 기회도 주지 않고 가장 중한 퇴학처분을 명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더 이상 학교제도를 통한 교육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학교폭력예방법의 입법 목적을 도외시하는 것이며, "'학교폭력예방법을 해석·적용하는 경우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같은 법 제3조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구고등법원 2024. 6. 28. 선고 2023누12898 판결. 확정되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전학을 퇴학으로 올린 재결이 취소된 것이지 전학 자체가 취소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은 구별해 보셔야 합니다.
세 번째가 앞서 여러 번 인용한 수원지방법원 2026. 5. 7. 선고 2025구합62157 판결입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2025년 2월 심의위원회에서 접촉등 금지와 출석정지 10일, 학생 특별교육 20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5시간의 조치를 받았는데, 피해학생이 행정심판을 청구해 행정심판위원회가 합산점수를 18점으로 산정하고 출석정지 10일을 전학으로 변경하는 재결을 했고, 학생이 재결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건입니다. 절차의 구조가 인천 사건과 매우 비슷합니다. 다만 이 판결은 1심이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므로, 확정된 판단으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미 분리되었으니 전학은 위법하다"는 논리는 만능이 아닙니다.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판결도 다수 있습니다. 이미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더라도 전학 조치 시 피해학생 보호에 충분한 거리를 고려해 관할구역 밖의 학교로 배정할 수 있으므로 필요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사례, 전학은 가해학생의 교육환경 변화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므로 두 학생이 반드시 같은 학교에 있을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재결 전에 피해학생이 이미 다른 지역으로 전학했다는 주장을 배척한 사례가 모두 존재합니다. 법원은 조치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학생이 입게 될 불이익을 사안마다 비교해 판단하므로, 결론은 사건에 따라 갈립니다.
※ 위 사례들은 각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판단입니다. 같은 취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판결도 다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치와 형사·소년보호 절차는 별개입니다
전학 조치가 취소되었다는 것은 행위의 잘잘못이 뒤집혔다는 뜻이 아닙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 책임이 물어지는 통로는 하나가 아니고, 법원도 이 점을 명시적으로 구분해 두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가해학생의 비행에 대한 '벌'이라고 할 수 있는 징계는 초·중등교육법에 기초하여 학교장이 하도록 정하고 있고, 형사처분 내지 보호처분은 형법과 소년법이 규율하고 있으며, 피해학생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민사절차에 따라 가해학생 측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법체계가 갖춰져 있는데도 다른 법이 담당할 문제까지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온당치 않다"고 적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6. 5. 7. 선고 2025구합62157 판결). 학교폭력예방법상 조치, 학교장의 징계, 형사·소년보호 절차, 민사 손해배상이라는 네 갈래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에 따른 조치는 그중 하나이고, 형벌이 아니라 행정처분의 성질을 가지므로 형사·소년보호 절차와는 원칙적으로 별도로 진행됩니다.
동의를 받고 촬영한 영상이라면 그 뒤에 퍼뜨려도 괜찮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은 바로 그 상황을 콕 집어 규정해 두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은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사람과 함께,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를 포함한다)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촬영 당시의 동의는 이후의 유포를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뜻이 조문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반포등'에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반포뿐 아니라 특정한 소수에게 무상으로 건네는 '제공'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친구 몇 명에게 보여 주거나 보내는 행위도 이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당사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조문이 하나 더 겹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19세 미만인 사람을 아동·청소년으로 정의하고(제2조 제1호),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여 성교 행위 등을 하는 내용을 표현한 영상물을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정의합니다(제2조 제5호). 제11조는 그 제작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제1항), 배포·제공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제3항)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최근 "객관적으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영상물을 제작한 이상,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의 동의 아래 촬영한 것이라거나 사적인 소지·보관을 1차적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하여,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1항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이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7992 판결). 동의를 받았다는 사정이 성립을 막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가해자가 소년인 경우의 처리 구조는 성인과 다릅니다. 소년법은 19세 미만인 사람을 소년으로 정하고(제2조), 죄를 범한 소년 등을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하며(제4조 제1항), 소년부 판사는 심리 결과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감호 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의 처분을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32조 제1항). 이때 보호처분은 유죄의 확정판결과 성질이 다르고, 소년법 제32조 제6항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보호처분이 가벼운 처분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제32조 제1항이 정한 처분에는 수강명령과 사회봉사명령부터 보호관찰, 시설 감호 위탁, 소년원 송치까지 들어 있고, 소년이라고 하여 언제나 보호사건으로만 처리되는 것도 아니어서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재판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소년보호사건이 어떤 절차로 진행되고 불처분결정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앞서 올린 글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천 사건의 가해학생도 학교폭력 조치와 별개로 가정법원에서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았고, 그 내용은 수강명령과 사회봉사명령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즉 이 사건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사건"이 아닙니다. 학교폭력 절차에서 조치가 조정되었다는 것과 형사·소년보호 절차에서의 책임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한 가지 덧붙일 논점이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5조 제2항은 "제2조제1호 중 성폭력은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최근 하급심 중에는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어 별도의 처분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이 조항을 근거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의 효력 자체를 다툰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 논점은 법원마다 판단이 갈리고 있고 대법원의 확립된 판단은 확인되지 않으며, 교육 현장의 실무는 여전히 두 절차의 병존을 전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결론을 단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이런 다툼이 존재한다는 것까지만 말씀드리고 사안별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여 둡니다.
박스 3. 동의를 받고 촬영했더라도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이 규정하는 것
- 조문이 그 상황을 직접 규정하고 있습니다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를 포함한다)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 '반포등'의 범위가 넓습니다 — 반포·판매·임대·제공·공공연한 전시·상영이 모두 포함됩니다. 특정한 소수에게 무상으로 건네는 행위도 '제공'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 미성년자가 등장하면 조문이 하나 더 겹칩니다 — 19세 미만인 사람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영상물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할 수 있고(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제5호),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영상물을 제작한 이상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의 동의 아래 촬영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제11조 제1항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이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7992 판결)
- 소년인 경우의 처리는 다릅니다 — 위 법정형은 성인에게 적용될 때의 것이고, 가해자가 소년이면 소년법에 따라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되어 보호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소년법 제4조·제32조). 보호처분은 유죄의 확정판결이 아니며,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합니다(제32조 제6항). 다만 보호처분에는 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부터 보호관찰과 시설 감호 위탁, 소년원 송치까지 포함되고, 소년이라고 하여 언제나 보호사건으로만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 학교폭력 절차와는 별개입니다 —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에 따른 조치가 조정되었다는 것과 형사·소년보호 절차에서의 책임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다룸의 조언
학교폭력 사건에서 결과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시점은 조치가 나온 뒤가 아니라 나오기 전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8항은 심의위원회가 조치를 요청하기 전에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가 사실상 유일하게 가해학생 측의 자료가 온전히 들어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법령이 알려 주고 있습니다. 시행령 제19조가 정한 심각성·지속성·고의성, 반성 정도, 선도 가능성, 화해의 정도가 그것이고, 고시의 별표는 이 요소들을 점수로 환산합니다. 이 구조를 모른 채 "억울하다"는 말만 남기고 오는 경우와, 각 항목에 대응하는 사실과 자료를 정리해 제출하고 오는 경우는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으로, 처분이 내려졌다고 해서 그것으로 절차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교폭력 절차는 여러 단계로 이어져 있고, 각 단계마다 법이 마련해 둔 대응 수단이 있습니다. 조치가 나오면 행정심판(제17조의2 제2항)과 행정소송(제17조의3 제2항)으로 다툴 수 있고, 필요하면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17조의4). 반대로 피해학생 측이 조치가 가볍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는 통지를 받으면 심판참가(행정심판법 제20조)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 단계들을 제때 밟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큽니다. 그 사이에 흐르는 시간 동안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 피해 회복을 위한 협의, 진학이나 이사로 인한 생활의 변화 같은 사정이 실제로 쌓이고, 법원은 처분 당시의 사정만이 아니라 심리 시점까지 나타난 이런 변화를 판단에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본 판결들이 "분리가 이미 완료되었다면 전학조치를 취할 필요성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다만 이 말씀은 시간을 끄는 것이 유리하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사정변경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한 일이 있어야 인정되는 것이고, 무엇보다 각 단계에는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기한이 붙어 있습니다.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은 처분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에는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이고(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이 기간은 법원이 늘려 줄 수 없는 불변기간입니다(같은 조 제3항). 심판참가도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만 의미가 있고, 집행정지는 전학이 집행되기 전에 판단을 받아야 실익이 있습니다. 요컨대 이 절차에서 시간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는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제때 했을 때뿐이고, 아무 대응 없이 흘려보낸 시간은 다툴 자격만 없애는 결과가 됩니다. 통지서 하나가 어떤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 온 것인지, 그로부터 며칠이 남았는지, 무엇을 대상으로 누구를 상대로 다투어야 하는지를 개인이 혼자 파악해 기한 안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경험 있는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형사나 소년보호 절차가 함께 진행되는 경우에는 양쪽 진술의 정합성도 중요합니다. 한쪽 절차에서 한 진술이 다른 절차에서 그대로 인용되어 판단 자료가 되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학교폭력 절차만 따로 떼어 대응하다가 형사·소년보호 절차에서 불리해지거나 그 반대가 되는 상황을 피하려면, 처음부터 두 절차를 함께 놓고 방향을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끝으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저희는 결과를 약속드리지 않습니다. 전학 조치가 취소된 판결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판결도 그만큼 있고, 대법원이 밝혔듯 처분기준에 따른 처분을 법원이 섣불리 뒤집어서도 안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제도의 구조를 정확히 설명하고, 각 단계에서 기한 안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 드리며, 법령이 판단 요소로 정해 둔 사정들 가운데 해당 사건에서 자료로 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정리해 드리는 데까지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피해학생 측에서 조치가 지나치게 가볍다고 보아 다투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쓰이므로, 어느 쪽에서 찾아오시더라도 같은 기준으로 검토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에 가해학생도 불복할 수 있나요?
A.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육장이 내린 조치에 이의가 있는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가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제17조의2 제2항),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도 따로 두고 있으며(제17조의3 제2항), 집행정지에 관한 조문도 있습니다(제17조의4). 제17조에 따른 조치는 형벌이 아니라 교육장이 하는 행정처분이므로, 다른 행정처분과 마찬가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에 관하여 법원의 심사를 받습니다. 다만 법원은 이 조치를 재량행위로 보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수원지방법원 2021. 9. 9. 선고 2020구합66566 판결), 조치가 무겁게 느껴진다는 사정만으로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Q. 저는 가만히 있었는데 조치가 더 무거워질 수도 있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피해학생 측도 조치가 가볍다는 이유로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2 제1항), 행정심판위원회는 처분을 다른 처분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행정심판법 제43조 제3항). 행정심판법에 청구인에게 더 불리한 재결을 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제47조 제2항), 그 보호를 받는 것은 '청구인'이므로 피해학생이 청구인인 사건에서 처분의 상대방인 가해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은 행정심판위원회가 가해학생 측에 청구 사실을 통지하고 심판참가에 관한 사항을 문서로 안내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제17조의2 제3항). 그 통지를 받으셨다면 심판참가로 반드시 대응하셔야 합니다.
Q. 전학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얼마나 남나요?
A.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제1호(서면사과)부터 제3호(학교에서의 봉사)까지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고(제22조 제2항), 제4호·제5호는 졸업한 날부터 2년, 제6호(출석정지)부터 제8호(전학)까지는 졸업한 날부터 4년이 지나야 삭제됩니다(제22조 제3항). 다만 같은 항 단서는 제4호부터 제7호까지의 조치사항에 대하여 졸업 직전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는 길을 두고 있는데, 전학(제8호)은 그 대상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출석정지가 전학으로 바뀌는 것이 단순히 한 단계 무거워지는 문제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치가 무거울수록 졸업 후에도 다툴 실익이 남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살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두44191 판결 참조).
Q. 피해학생이 이미 전학을 갔으면 가해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는 무조건 취소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분리가 이미 이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전학 조치가 지나치다고 본 판결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확정된 하급심 판결 중에는 피해학생이 이미 전학해 분리의 필요성이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심의 결과 점수도 학급교체 기준에 해당했던 사안에서, 전학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본 것이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1. 9. 9. 선고 2020구합66566 판결). 그러나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판결도 많습니다. 이미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더라도 피해학생 보호에 충분한 거리를 고려해 관할구역 밖의 학교로 배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또는 전학이 가해학생의 교육환경 변화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된 사례가 있습니다. 법원은 조치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학생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해 개별적으로 판단하므로(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참조), 결론은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